[CEO 스토리] 박용한 EBIT 대표, “AI의 미래는 데이터 검증에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전 세계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서 AI가 실제로 무엇을 학습하고 그 결과물이 어떻게 검증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가진 이는 드물다. 사무실에서 만난 박용한 이빗(EBIT) 대표는 스스로를 AI를 가르치는 ‘트레이너’이자,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증하는 ‘감리인’이라 정의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금융 전문가의 길에서 글로벌 AI 데이터 파트너로 거듭나기까지
박 대표의 시작은 일반적인 IT 창업가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본래 미국 보스턴 칼리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금융 전문가였던 그는, 약 7년 전 주식 커뮤니티 사업을 목표로 ‘이빗’ 법인을 설립하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비록 첫 사업은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실패로 끝났지만, 이는 오히려 거대한 기회의 발판이 되었다.
미국 유학 시절 맺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적인 AI 데이터 선두 기업인 ‘스케일 AI(Scale AI)’의 아시아 파트너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이빗은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현재 매출의 거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철저한 글로벌 지향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이빗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하고 검증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AI가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초를 다지는 과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인적 자원이 투입된다"며, 이빗을 거대한 인공지능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데이터 전문가 집단’이라 명명한다.
단순 라벨링의 차원을 넘어선 ‘고부가가치 데이터 엔지니어링’
흔히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면 사진 속 사물에 상자를 그리거나 단순 반복적인 분류를 수행하는 저숙련 노동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박 대표가 지휘하는 프로젝트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이빗의 현장에는 일반적인 작업자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학 석사, 언어 전문가 등 고학력 전문 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AI에게 수학적 추론 능력을 부여하거나 고난도 코딩 로직을 학습시키는 고부가가치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이빗은 숙련된 개발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며 데이터의 품질을 엄격히 관리한다.
박 대표는 "데이터는 AI의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무이한 핵심 요소"라며, 반도체나 전력이 AI 산업의 외형적 성장을 돕는 인프라라면 데이터는 AI의 ‘지능’ 그 자체를 형성하는 정수라고 확신한다.
AI의 환각 현상을 해결할 열쇠, ‘인간의 정밀 검증’
최근 생성형 AI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 대해 박 대표는 매우 날카로운 진단을 내놓는다. 그는 환각 현상의 본질을 결국 ‘데이터의 오류’와 ‘검증의 부재’로 규정한다.
AI 모델은 결과값을 도출하기까지의 내부 인과관계를 인간이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발생 가능한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인간 전문가가 직접 테스트하고, 그 결과물을 일일이 기록하며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박 대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향후 데이터 전문 기업이 자본시장의 ‘회계사’와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상장 기업이 재무제표의 투명성을 위해 외부 감사를 받듯, 기업이 도입하는 AI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유해하지 않은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없는지 전문가 그룹이 엄격히 보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은 모델의 응답을 인간의 가치관과 기대치에 부합하도록 조정하여, 기술에 사회적 신뢰를 부여하는 핵심 공정으로 자리 잡게 된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과와 이빗만의 독보적 경쟁력
이빗은 설립 이후 짧은 기간 내에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대규모 다국어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는 물론, 차세대 AI 에이전트를 위한 코딩 데이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박 대표는 이빗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세 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첫째는 글로벌 최전선의 품질 기준을 직접 경험하며 쌓아온 운영 노하우다. 둘째는 프로젝트 단위로 파편화되기 쉬운 인력 구조를 플랫폼화하여, 숙련된 AI 트레이너들이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쌓으며 전문성을 고도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고객사가 개발하려는 모델의 특수성에 맞춰 가이드라인 설계부터 최종 검수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커스텀 솔루션 역량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AI 전략 기지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 한국 AI 산업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거대 자본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다면, 한국만큼 완벽한 AI 인프라를 갖춘 국가는 드물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부터 고도로 숙련된 데이터 인력,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과 초고속 통신망을 모두 자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청정 용수와 안정적인 전력망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한국인 특유의 꼼꼼함과 책임감은 데이터의 퀄리티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된다.
이빗은 이러한 한국의 강점을 전 세계로 확장하기 위해 싱가포르와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고 아시아 전역의 인재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각 국가의 문화적 배경과 언어적 특성을 고려해 최적의 데이터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이빗만의 전략적 자산이다.
데이터 위에 세워질 인류와 AI의 상생 미래
박 대표는 조직 운영에 있어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지향한다. ‘일을 위한 일’을 과감히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그의 철학은 이빗이 소수 정예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데이터 공급사를 넘어, AI 모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필요한 모든 데이터 인프라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데이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가 도래할수록, 그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의 지능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변하지 않는 신념이다. 세계 무대에서 ‘데이터 전문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으로 이빗을 각인시키겠다는 박용한 대표의 포부는 이제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